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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토피아 개발일지 #17 - 이벤트와 계절

Cassel
2023-08-01
조회수 1424



안녕하세요. <래토피아>를 개발 중인 카셀입니다.

여름이 절정에 달하면서 무더위와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데요.

이번 개발일지에서는 이런 날씨 속에서 참여했던 BitSummit에 대한 후기와 더불어,

<래토피아>에서의 이벤트 시스템과 계절 시스템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BitSummit 후기


이번 7월에는 일본의 인디 게임 전시회인 BitSummit에 홍보 차 다녀왔습니다.

이런 해외 게임 쇼에 대한 전시 지원은 BIC에서 지원을 참 잘해주시는데,

아쉽게도 저희는 이번에 지원 대상자가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등록을 하여 참가했지요.


BitSummit 등록은 2월 경에 열리는 신청 페이지에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가능했습니다.

여타 전시회처럼 게임 정보와 파일, 스크린샷 등을 등록하면,

추후 합격 여부 알림과 함께 전시비 $300를 지불하라고 메일이 오더군요.

이후 전시 관련 내용은 BitSummit 디스코드에서 일어와 영어로 공지가 되는 구조였는데요.

무료 숙박 시설 제공, 스팀덱 대여 등의 지원 정보들이 이벤트 성으로 제공되는 걸 보아,

디스코드를 틈틈이 확인하면 기타 전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공간이 협소해 더 바글바글한 느낌이 드는 행사였습니다.



인디 부스 쪽은 해외에서 참가한 업체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전체적으로 액션과 퍼즐 장르의 콘솔 게임이 주류였고, 모바일 게임은 거의 못 봤습니다.

다들 좁은 공간에서도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테이블 보, 이젤, 현수막 걸이 심지어 빔프로젝터까지...

모객과 홍보에 정성이 가득한 분위기여서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은 저희는 이목을 끌기 어려웠지요.


홍보용 전단지를 준비 못한 저희는 “이랏샤이마세~”와 “플레이~ 플레이~” 를 말하면서 접객을 하였는데요.

일본어를 잘 못하다 보니, 특정 구간에서 손님분들이 어려워하시는 것을 도와드리기가 쉽지 않더군요.

스위치랑 스팀 덱의 버튼 표시가 달라서 그런지, 키를 잘못 누르시는 분들도 정말 많았고,

특정 구간의 튜토리얼과 가이드도 부실해 좀 더 보강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저희 부스는 일반인 분들보다는 다른 전시자 분들의 방문 비중이 높아, 홍보가 될지 걱정이 컸습니다.

일본 홍보 효과를 얻어 가려면, 전시회에 방문하신 현지 기자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여

기사나 칼럼이 게시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기회가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다행히도 GameSparkIndiefreaks 기자분이 방문하여 칼럼을 써주셨지만,

BitSummit에 기대했던 홍보 효과는 발생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신 퍼블리셔 및 다른 인디 개발자분들로부터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요.

영어/일본어/중국어 번역에 대한 만족도나 잘못된 표기들도 즉석에서 피드백 받을 수 있었으며,

전시 막바지에는 Subnautica 개발자분으로부터 잘 만든 게임인 것 같은데 홍보가 너무 안된 것 같다며 

1시간가량 1:1로 홍보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스팀 페이지의 스크린 샷과 트레일러를 타 게임과 차별성이 강조된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교체하기

- 스팀 태그의 우선순위를 조절하여 대작 게임들 페이지에 비슷한 제품으로 소개되게 만들기

- 래트로폴리스, 래토피아의 디스코드 등 커뮤니티 채널을 통합하여 볼륨 키우기

- 트렐로, 노션과 같은 기획 페이지를 공개하여 어떤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공유하기

- 얼리엑세스 출시 이후 1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하여 출시 열기를 이어가기 등등


상황 상 적용하기 어려운 고난도 전략들도 다소 존재하였지만,

적용 가능한 내용들은 귀국하자마자 바로 적용해 보았습니다.

여러모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즐길 수 있었던 BitSummit 전시였네요.


자 그럼 즐거웠던 행사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고,

오늘은 <래토피아>의 이벤트 시스템과 계절 시스템에 대해 적어보려합니다.




이벤트 시스템


무엇이든 오랜 시간 반복하다 보면 지루함이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이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이며, 장기간 도시를 관리하다 보면 지루해질 수도 있죠.

그래서 이벤트 시스템을 이용해 색다른 사건을 발생시키고,

플레이어가 해결해야 할 목표와 달콤한 보상을 제공하여 흥미를 유지시키고자 하였습니다.


도시에 발생하는 이벤트를 통해 플레이어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본인의 선택이 도시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합니다.

<프로스트 펑크>나 <크루세이더 킹즈 3>의 이벤트들처럼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에 근거하여 선택을 하고,

이후 결과로써 발생하는 상황들을 상상하고 마주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지요.


또한 이러한 선택을 통해 게임의 숨겨진 스토리나 컷 씬, 미니 게임 등을 경험하게 하여,

다른 선택지가 어떤 결말로 연결될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만들 수 있다면,

매번 다른 고민을 하고, 다른 선택을 하여,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보았습니다.


이벤트 창의 변천사


 우선은 이벤트를 어떻게 발생시키고, 선택하게 할지를 보여주는 방법부터 만들어야 했는데요.

게임을 진행하는데 빈번히 이벤트 창이 뜨며 일시정지가 걸리면 불쾌감이 쌓일게 분명하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상호작용하여 이벤트를 호출하는 방식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시민이나 건조물에 이벤트 아이콘이 뜨면 플레이어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었지요.


나에게 관심 안주면 트롤할거야~


그러나 모든 이벤트를 이러한 방식으로 개발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민이 플레이어 캐릭터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면서 노동력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과,

플레이어가 이벤트를 확인하지 못하거나 안 할 경우 그 어떤 이벤트도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이었지요.


전자의 경우는 시민이 따라다니는 행동에 시간제한을 넣음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후자의 경우는 마땅한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플레이어가 꼭 확인해야 하는 이벤트는 상호작용이 없이도 나타나는 돌발 이벤트로 넣되,

너무 빈번하지 않도록 만들고는 있는데, 더 좋은 방식이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처음에는 이벤트를 반복 및 장시간 플레이의 지루함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했었으나,

실제로 시스템을 적용하며 보니 꽤 다양한 효과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바로 이벤트를 통해 목적성 부여와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플레이어 마음대로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게 설계한 샌드박스 장르이다 보니,

게임에 대한 목적성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이 과거부터 꽤 많았으며, 플레이어별 체감 난이도 격차도 컸는데요.

이벤트를 통해서 도시의 번영도를 높이거나 고급 건조물을 짓는 목표를 제시할 수 있었을뿐더러,

숙련도가 낮은 유저에게는 지원 이벤트가 나오도록 하여 추가 기회를 갖게 하고,

숙련된 플레이어의 경우 도전적인 이벤트를 통해 재미를 얻도록 완급 조절이 가능했지요.


그러나 이렇게 유용한 이벤트 시스템 역시 다소 개발적인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벤트가 많아질수록 방대해지는 이벤트 간의 상관관계, 스토리 그리고 텍스트로 인한 번역에 대한 부담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이벤트들을 만들어내는 건 시간과 비용이 갈수록 많이 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또한 이벤트의 결과가 어디까지나 게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이다 보니,

어느 정도 직접적으로 플레이를 환기시켜줄 다른 방법 역시 필요했지요.




계절 시스템


이벤트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간접적인 변화라면,

계절은 직접적으로 게임 내부 요소들을 변화시켜 분위기를 환기하는 방법입니다.

게임 내의 여러 자연물들과 날씨가 계절에 강한 영향을 받도록 설정하여,

플레이의 변화와 시각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드리고자 하였지요.


계절 시스템을 구현하기 앞서 먼저 날씨를 만들어야 했는데요.

가장 먼저 구현한 것은 지상에 위치한 타일 위에 물이 생성되는 비 시스템입니다.

비는 도시에서 소비되는 물을 다시 보충해 주는 역할도 하였지만,

흙에 뿌려질 경우 확률적으로 식물이 자라나는 대자연의 신비스러운 시스템이었죠.


어렵지 않게 비가 내리는 것을 구현하자, 이를 응용한 몇 가지 확장 기능 또한 넣어보았는데요.

비가 정말 오랜 시간 내려 모든 것을 잠기게 하는 ‘폭우’ 자연재해와,

물이 차올라 잠긴 건조물들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침수’ 기능이었지요.


너 침수된거야


이 같은 확장 기능들을 통해 물이 도시 안으로 흘러 들어오지 않게 지붕을 짓게 하거나,

흘러 들어오더라도 빠져나갈 방향이 있도록 배수로를 만들게 하는 등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한 게임 플레이들이 게임 내 나타날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또한 비 시스템은 다른 날씨에도 응용해 볼 수 있었는데요.

가령 겨울에는 물 대신 흐르지 않고 쌓이는 눈이 생기도록 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타일이 풀이나 나무와 같은 오브젝트에 겹쳐지게 할 수 있는지,

눈이 길을 막아버려 시민들의 AI를 지나치게 저해할지 추가로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 상태이지만,

우선은 다양한 날씨 시스템을 만들어두는데 집중하여 빠르게 구현하였죠.


아무리 봐도 기묘하기는 하지만, 겨울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긴 하다.



곧이어 눈이 더 세게 내리는 눈보라까지 구현되자,

비와 폭우, 눈과 눈보라와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연출도 추가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이를 위해 지상의 식물들이 흔들리는 애니메이션이나 카메라 가장자리를 어둡게 하는 등의 효과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날씨가 어느정도 구현되자, 이제는 이러한 날씨들이 나타나는 기간인 계절을 추가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계절 별로 발생할 수 있는 날씨와 이벤트들, 동물과 식물들의 성장 속도 들을 설정하였죠.

다음으로는 현재 어떤 계절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시각적인 부분을 신경 써줬는데요.

계절에 따라 지상의 배경의 이미지와 식물 오브젝트인 활엽수 그리고 풀 장식의 생김새가 변경되도록 해보았습니다.


래토피아의 뚜렷한 사계절


결과는 만족스러웠으나 계절이 교체되는 타이밍을 어떻게 보여줄 지도 고민해 봐야 할 사항이었습니다.

계절이 바뀌자마자 별다른 연출 없이 휙 전환되는 것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죠.


고민 끝에 화면 중앙에 애니메이션을 출력시켜 시선을 끄는 방법을 시도해 보았는데요.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연출이기에 시선을 확 잡아끌어 어색함을 덜어주며,

화면 중심으로부터 원형 그라데이션이 퍼져나가는 연출도 추가하니,

마치 대자연의 기운이 퍼져나가며 계절을 변화시키는 자연스러운 인상을 줄 수 있었습니다.


넌 나만 바라봐~


계절 시스템에 대한 개발 열기는 금세 BGM을 담당해 주시는 작곡가님께도 전염되었는데요.

계절 변화 효과음과 계절별 BGM을 추가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샘플을 제작해주셨습니다.

적용한 샘플은 계절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고, 이를 본격적으로 작곡하여 게임 내 추가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결과 청각적으로도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지요.



아직은 초기 의도했던 것만큼 계절 변화에 따른 시스템 변경이 크진 않지만,

추후 계절과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이 더욱 추가되어 다양한 플레이가 나왔으면 합니다.

더 많은 계절 이벤트들, 계절에 따른 무역의 성수기, 동물들의 겨울잠 등 많은 아이디어가 있는데요,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이 변경될 경우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해질 테니 이 역시 고민입니다.




어느덧 8월입니다.

날씨가 계속 폭염과 폭우를 왔다 갔다 하는데요,

이런 현실 날씨를 겪다 보니, <래토피아>의 날씨 역시 더 강하게 설계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부디 안전하게, 몸 건강히 올해 여름을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이제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얼리엑세스를 위해

열심히 개발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번에는 무역과 환율에 대한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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